- 제가 가기 전에는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듯한 고문서를 노트에 필기하며 읽던, 어스레하고 고요한 파리 국립도서관 열람실. 오래된 문서를 장시간 심취해서 읽었던, 석양이 들이비친 로잔 올림픽 박물관 도서실. 문헌을 찾느라 몇 시간이나 보냈던 도쿄도립대학 도서관의 싸늘한 폐가 서고. 저에게 '정겨운 도서관'은 모두 사람이 거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p.29
- 이 세계에 존재하는 책의 99.999999 퍼센트를 저는 아직 읽은 적이 없습니다. 그 사실 앞에서 망연자실해집니다. p.29-30
- 아침 일찍 도장에 내려가 짧은 독경을 하는 것이 저의 일과입니다. 신도의 축사와 반야심경을 소리 내어 읽습니다. 전날 수련이 끝난 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던 도장의 문을 열면, 싸늘한 공기가 들어오며 공기의 입자가 잘게 쪼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p.33
- 저는 도서관이라는 곳도 본질적으로 초월적인 것을 불러오기 위한 성스러운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공간은 가능한 한 널찍하게, 너무 많은 물건은 두지 말고, 조명은 너무 밝지 않게, 소리는 조용하게, 거기서 누군가가 생활하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극 환경이어야 하는 겁니다. p.34
- "그런데 일본 기업은 그 후 종신 고용과 연공서열을 없애고 성과주의와 능력주의를 추구했습니다. 이제는 한번 취직하고 나면 정년까지 한 곳에 근무하지 않고, 회사는 유사 가족 형태를 띠는 사회적 기능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p.42
- "무도 수업의 목적은 근골을 강하게 하거나 움직임을 기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양도체'로 만드는 것입니다. 양도체란 경직되고 막히고 느슨한 곳 없이 갖추어진 몸을 뜻합니다. p.51
- 에토 준은 영어 사용자들과 소통은 할 수 있지만, 자신 안에 영어의 '침묵의 언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영어로는 창작이 불가능하다고 자각한 것이죠. p.56
- 접속사 번역이 특히 좋았다며 접속사를 번역하는 방법이 다섯 종류나 있다고 해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접속사에 여러 뉘앙스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에 의하면 저의 접속사 번역은 실로 정확했다고 합니다. p.63
- 도서관의 사명은 '무지의 가시화'입니다. p.71
- 수련을 하다 보면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요. 초보자 때는 물론이고 10년을 해도 20년을 해도 여전히 혼이 납니다. 어제도 능악 수련을 하다가 선생님에게 막 혼이 났습니다. 저도 이제 칠순이 지났고 이 세상과 이별할 나이가 가까워졌는데 제게 '노력이 부족하다'라고 하더라고요. p.76
- 우리는 이야기를 읽을 때 항상 '이야기를 다 읽은 미래의 나'라는 가상적인 소실점을 상정합니다. 독서란 '읽어 가는 나'와, 이야기를 끝까지 다 읽고 모든 인물의 모든 언동 속 모든 수수께끼 같은 복선의 '진짜 의미'를 이해한 '다 읽은 나'와의 공동 작업입니다. 종이책에서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읽어 가는 나'와 '다 읽은 나'의 거리가 좁혀지고 그 와 동시에 우리는 '다 읽은 나'가 느끼는 기쁨을 조금씩 앞당겨 맞이합니다."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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