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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 처음 듣는 이야기

spiraljetty 2026. 1. 4. 13:26
  1. 제가 가기 전에는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듯한 고문서를 노트에 필기하며 읽던, 어스레하고 고요한 파리 국립도서관 열람실. 오래된 문서를 장시간 심취해서 읽었던, 석양이 들이비친 로잔 올림픽 박물관 도서실. 문헌을 찾느라 몇 시간이나 보냈던 도쿄도립대학 도서관의 싸늘한 폐가 서고. 저에게 '정겨운 도서관'은 모두 사람이 거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p.29
  2. 이 세계에 존재하는 책의 99.999999 퍼센트를 저는 아직 읽은 적이 없습니다. 그 사실 앞에서 망연자실해집니다. p.29-30
  3. 아침 일찍 도장에 내려가 짧은 독경을 하는 것이 저의 일과입니다. 신도의 축사와 반야심경을 소리 내어 읽습니다. 전날 수련이 끝난 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던 도장의 문을 열면, 싸늘한 공기가 들어오며 공기의 입자가 잘게 쪼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p.33
  4. 저는 도서관이라는 곳도 본질적으로 초월적인 것을 불러오기 위한 성스러운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공간은 가능한 한 널찍하게, 너무 많은 물건은 두지 말고, 조명은 너무 밝지 않게, 소리는 조용하게, 거기서 누군가가 생활하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극 환경이어야 하는 겁니다. p.34
  5. "그런데 일본 기업은 그 후 종신 고용과 연공서열을 없애고 성과주의와 능력주의를 추구했습니다. 이제는 한번 취직하고 나면 정년까지 한 곳에 근무하지 않고, 회사는 유사 가족 형태를 띠는 사회적 기능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p.42
  6. "무도 수업의 목적은 근골을 강하게 하거나 움직임을 기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양도체'로 만드는 것입니다. 양도체란 경직되고 막히고 느슨한 곳 없이 갖추어진 몸을 뜻합니다. p.51
  7. 에토 준은 영어 사용자들과 소통은 할 수 있지만, 자신 안에 영어의 '침묵의 언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영어로는 창작이 불가능하다고 자각한 것이죠. p.56
  8. 접속사 번역이 특히 좋았다며 접속사를 번역하는 방법이 다섯 종류나 있다고 해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접속사에 여러 뉘앙스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에 의하면 저의 접속사 번역은 실로 정확했다고 합니다. p.63
  9. 도서관의 사명은 '무지의 가시화'입니다. p.71
  10. 수련을 하다 보면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요. 초보자 때는 물론이고 10년을 해도 20년을 해도 여전히 혼이 납니다. 어제도 능악 수련을 하다가 선생님에게 막 혼이 났습니다. 저도 이제 칠순이 지났고 이 세상과 이별할 나이가 가까워졌는데 제게 '노력이 부족하다'라고 하더라고요. p.76
  11. 우리는 이야기를 읽을 때 항상 '이야기를 다 읽은 미래의 나'라는 가상적인 소실점을 상정합니다. 독서란 '읽어 가는 나'와, 이야기를 끝까지 다 읽고 모든 인물의 모든 언동 속 모든 수수께끼 같은 복선의 '진짜 의미'를 이해한 '다 읽은 나'와의 공동 작업입니다. 종이책에서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읽어 가는 나'와 '다 읽은 나'의 거리가 좁혀지고 그 와 동시에 우리는 '다 읽은 나'가 느끼는 기쁨을 조금씩 앞당겨 맞이합니다." p.207